안녕 제주도

안녕 제주도

오늘이 한 달 살기 마지막 날입니다. 몇 달 전 프랑스의 바캉스 이야기에 흠뻑 빠져, 언젠가 그들처럼 살아보리라 다짐했죠. 그 소망이 현실로 다가온 지도 벌써 한 달이네요. 가득하던 물건들이 제자리를 떠나니 그제야 실감이 들어요.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갑자기 글감이 떠오르면 글을 썼고, 바다가 보고 싶을 때는 곧장 산책하러 나갔죠.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파도 소리와 바람 내음, 그리고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바다. 자연 속에서 만끽한 자유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에요.

한적한 시골 속에서 익숙해진 얼굴도 생겼어요. 마지막 날이라며 작별 인사를 하니 얼마나 챙겨주던지요. 꼭 다시 오라며, 기억하고 반겨주겠다는 약속들. 곧장 바닷바람과 함께 수평선 너머로 흘러간대도 좋아요. 부서지는 파도처럼 반짝일테니까요.

다만 거창한 의의는 없어요. 오직 여유로움만 남았죠. 그 속에서 사뭇 다른, 작은 것들을 보았어요. 가벼운 것들의 무게를 알았죠. 수풀 사이에서 들려오는 수다와 잎 사이를 가르는 날갯짓, 그 속에 버려진 사람의 흔적들. 보다 무거워진 내 삶은 더 깊이 안착했어요.

이제 다시 돌아가려 합니다. 나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앞만 보고 떠날 거에요. 이 시간의 끝을 잘 가다듬는 것도 휴식의 일부니까요. 한 번쯤은 추억에 잠겨 그날의 산들거리던 밤공기를 바라볼게요. 자그마한, 그리고 초라한 약속을 남기고 나는 갈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