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함을 알았다

으스러져가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알았다. 잠깐 폈다 떨어지는 꽃이 아름답고, 저물어가는 노을이 아름답다. 유한의 미를 느꼈다. 벌써 22살이다.

여전히 수많은 기로에 서있다. 학문을 하고 싶다. 공연 하고 싶다. 책을 읽고 싶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 영화를 보고 싶다. 전시를 보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코딩 하고 싶다.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 운동을 하고 싶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유한하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이제서야 갈색 가지에서 피어나오려는 꽃봉오리의 아름다움을 알았다. 다른 걸 알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아직도 학문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 여행의 의미를 깨우치지 못했다. 우정이 무엇인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느끼지 못했다. 인생의 이정표가 어디로 향한지 본 적이 없다.

일단 했다. 공부했다. 시험을 봤다. 노래 불렀다. 글을 썼다. 술을 마셨다. 여행 갔다. 독서했다. 바다를 봤다. 산에 올랐다. 자전거를 탔다. 연극을 했다. 앞으로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값어치는 여전히 모르겠다. 20대 초반에 많은 것을 경험해보라고 하던데, 해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안 한 것보단 한 게 나을 것 같다. 아니,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했다. 할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 내 삶을 돌아볼 땐 알려나.

색과 공은 같다. 붓다의 말이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이웃을 사랑하라. 예수의 말이다. 이 모든 말들이 마음 속에서 진동하지만, 공명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 이 문장을, 그 단어를 알았을까. 사랑을 알았나요? 단테에게 묻고 싶다. 그들의 말이 활자로 남았지만 나는 물어볼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다. 라울의 말처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알고 싶다.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알아가다 보면 되겠지. 그러려고 무작정 배우를 했다. 괜찮았다. 느낀 것도 많았고,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른다. 더 보고, 더 참여해야지. 그러면 언젠가 알겠지. 아직 22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