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우리말에서 어떤 것의 절반을 이야기할 때, 접두사에 반을 붙이는 관습이 있습니다. 일 년의 절반은 반년인 것처럼요. 낮의 절반이라는 뜻으로 반나절이란 말을 쓰곤 하지만, 실은 이건 잘못된 쓰임입니다.

나절은 ’낮‘과 절단할 ’절‘이 합쳐진 단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낮을 반으로 나눈 시간인 셈입니다. 낮의 길이를 12시간이라 하면 나절은 6시간이 되겠죠. 거기에 반을 붙인 ’반나절‘은 고작 3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을 생각하느라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는 일은 제법 있을 만한 사실입니다. 어쩌면 한나절은 되었다고 말해야 막연한 사랑고백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요. 나의 하루 중 반나절 정도는 제법 그럴듯한 일에 쓰이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새를 마주하거나, 혹은 막연한 풍경 속에 잠겨있거나, 아니면 어이없이 너털웃음을 짓다가 떠올리게 되니까요. 일상에 흩뿌려진 시간을 잘게 모아 뭉치면 영화 한 편은 족히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나는 나의 사랑을 조금 부풀려, 나의 한나절은 당신이었다고 말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