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라 다행이야

어느덧 외지인이 되어버린 낯선 배경 속에서 내게 묻는다. 마음의 고향이 있었을까. 무한한 바다의 살갗 위에서 한낱 부력에 몸을 뉘인채 구름의 이동속도를 듣는다. 흐름 속에서 나는 이방인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데, 하며 감정의 잔여물을 추스려 올린다. 슬픔, 절망, 행복, 후회, 환희. 이것들이 진정 내 것이었던 적 있었나. 커다랗게 놓인 상실을 마주한다. 마지막 숨을 부어내기 직전, 나는 어떤 호흡일까. 죽는 순간을 떠올리며 마주하는 삶의 혼란.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생각을 잡아챌 수 있을까. 텅 비어버린 듯한,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촉각은 고통이라 부를 수 있나. 내가 없고난 후의 거리를 상상한다. 모든 흐름이 완벽할 하루. 상실조차 놓아버린 너머에서 늙어가는 시간을 증오한다. 앗아갈 생의 호흡을 후회한다. 저려오는 생각은 그러다 잊히고, 시선 속의 사물을 하나씩 담는다. 다시 채워 넣는다. 흘러갈 구름이 어떻게 생겨먹든 의미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는..... 들이마신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장면인 것처럼. 수 시간을 떠나온 여행자의 설렘처럼. 잘 외우지도 못하면서, 찾으러 나갈 용기도 없으면서, 그럼에도 도감을 사들인 건 채워 넣으려는 욕심때문이었구나.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끝까지 글을 쓸 수 있을까. 페달을 밟고 내리막을 향해 질주한다. 바람을 느낀다. 아, 참 우습구나. 머저리라 다행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