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방송
6호선을 타고 신당으로 향했다. 보문역에서 정차한 뒤, 출입문이 열린 채 기관사가 방송으로 무어라 말한다. 책을 읽던 와중이라 한 귀로 흘려보내다가, 그저 평범하게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습니다.“처럼 정해진 말만 반복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오늘 고된 하루를 보냈나요. 집에 돌아가 푹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길 바랍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낯선 눈빛을 주고 받는다. 일행끼리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미난 일에 헛웃음을 보인다. 매번 정해진 멘트를 또박또박 말해주던 방송에서 똑같은 말투로 왠 라디오같은 말을 하니 황당할 수밖에.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생각해본다. 위로의 말을 건네기 위해 문장과 단어를 다듬고, 용기내어 마이크를 잡기까지의 노력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일방향적인 호의. 몇 마디 말에서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동시에 우리는 서로에게 더욱 친절해야 하며, 사소한 사랑이 각지에서 베풀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대단한 과학적 발견이나 성취, 혹은 살아갈 이유를 발견해야 할 철학적 사유보다 더 중요한 스쳐 지나가는 하찮은 일들. 나는 그것이 세상을 이끈다고 믿는다. 아무런 근거 없이 미래가 밝을 거란 낙천적인 전망이 아니라, 작은 행성 속에 모여 사는 우리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확신하는 낙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