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은 길목 아래 너저분히 스러진 잡초를 어루만져야 한다. 한낮의 햇살에 걸터앉고서 다짜고짜 울어대는 아이를 슬퍼하고, 사치스런 봄 사이를 쏘다니는 녹록한 벌레의 춤사위에 넋을 놓아야 한다. 맑은 호수의 고요함을 연주하다가도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쓰레기에 실컷 눈살을 찌푸려야 한다. 그러다 틈새로 새어버린 과거에 터무니없는 웃음을 지어내거나 창피해 죽을 지경이 되어 굳어있던 얼굴을 동댕이쳐야 한다. 그리고 시가 필요하다. 한 단어씩 사랑해가며, 한 문장씩 눈물을 흘리며. 바스라진 일광에 등을 기대다 왈칵 쏟아진 졸음의 물컵을 보고서 질끈 눈을 감아야 한다. 어제 오늘 부유하던 시간과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얼굴에 아랑곳 않고서 배어들어야 한다. 그렇게 그늘에 흠뻑 젖은 채 으슬으슬해하며 얼마간 이불을 찾는다고 손과 발을 허공에 굴리다가, 문득 내게 주어진 건 몸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멍하니 하늘을 응시해야 한다. 그리고 하늘에 수 놓인 별을 덮어야 한다. 네가 이 모든 사실을 아득하게 포옹하고서 가슴 속 깊이 시 한 편을 넣어두었으면 좋겠다.
당신만큼은 겨우내 안쓰러워한 앙상궂던 가지가 색색의 휘장을 덮은 모습에 기뻐하면서도, 이내 너무나 이르게 안착한 찰나를 놓치고서 허망한 날갯짓으로 바삐 움직일 뒤영벌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혹은 바람에 나부끼는 순간의 봄비에 숨이 막힐듯 감동하고선 바닥의 틈에서 비적비적 거리는 꽃잎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으면 한다. 눈에는 허무와 불면, 그리고 낮과 밤의 경쟁에서 돋아난 몸살이 있길 바란다. 달콤한 향을 풀풀거리던 솜사탕같던 겹매화를 사랑한만큼 구부정한 몸을 피느라 애쓰는 은행잎을 사랑하길 원한다. 실은 이 조끄마한 몸집의 초록잎이 옹기종기하게 그려낸 엉성함을 요다음에 보게될 수국보다 더 좋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