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

아주 전부터 자꾸만 소리내어 생각하고픈 게 있어요. 홀로 있는 시간이면 언제든 찾아와 주변을 맴도는 그것. 잠들기 직전까지도 간질거리는 안개를 좇다보면 나는 아리송한 기분만 남아, 나는 그걸 아리송이라 불러요.

아리송은 제멋대로 굴어요. 부드러운 린넨 천을 팔랑거리며 나를 잡아보라 약올리죠. 그의 빨간 스카프에 속고만 나는 새벽녘의 서리를 잡으려는 듯 허공을 손짓하고요. 가끔은 정말 가까이에 오기도 해요. 아니, 사실 그런 듯한 기분이 들죠. 그렇게 나는 하루가 끝날 때까지 술래잡기를 해요.

아리송은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아마 문자도 없던, 우리가 상상을 펼쳐보이기 시작하던 때즈음 일까요. 지금껏 숱한 사람들이 아리송을 표현해왔죠. 무리카미 하루키는 ノルウェイの森이라 불렀고, 브람스는 Symphony No.4라 했어요. 플라톤은 ἰδέα 라고표현했고요, 칸딘스키는 Composition VIII라 말했죠.

그들의 자취를 밟아요. 허나 밑그림도 그릴 수 없죠. 그저 세 음절의 모호하고도 불명확한 한글의 집합으로만 입 밖으로 뱉어낼 뿐이에요. 나는 그걸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어요. 도저히. 언제쯤 알게 될까요. 내 숨이 다 할 때 일까요? 내 손 끝의 얇디 얇은 살갗의 결에 조금이라도 닿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