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좋아하나요

'웃으면 행복해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 시시콜콜하다고 느꼈던 문장이 이젠 그럴듯해보인다. 나도 별 수 없이 나이를 먹어가는 평범한 사람이구나.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글 사이를 천천히 유영한다. 이 말을 들을 땐 어떤 기분이었더라, 이게 왜 그렇게 싫다고 생각했었지. 옛 감정을 고스란히 건져내던 중, 문득 한 문장이 유독 눈길을 잡아끈다.

'취미를 알면 사람을 알 수 있다.'

참 예뻐서 품안에 늘 지니고 다닌 기억이 난다. 진정으로 와닿지 않았는데도 그 의미를 깨우친 듯 아는 체 했을 정도로 끌렸던 글귀.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흥미있는 대답이 나오면 '왜'나 '어떻게'같은 걸 붙여가며 윤곽을 잡아간다. 이 과정에서 상대가 자신의 취미를 열정적으로 사랑함을 느낄 때, 나는 이야기에 푹 빠진다. 원체 말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꾸 듣고싶어진다. 그렇게 그 사람의 세계를 둘러본다.

내가 취미를 묻는 건 상대방이 고급스러운지 확인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내 마음 속의 자석을 얼마나 끌어당기는지 알고 싶어서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매력있다고 생각할 때쯤 왠지 모르게 묘한 친밀감을 느낀다. 그 기분덕에 나의 세상도 공유하고픈 바람이 생기며, 더 친밀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문장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런 뜻이었구나. 시간이 흐르며 내 곁에 다가온 글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야 물어보는 건데,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