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ing Things Done

전역 후 한 학기를 보낸 뒤, 일상을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방법론을 친구가 알려줬다. 본래 계획적이지 않은 성격을 보완하기 위해 적극 채용했는데 그게 바로 Getting Things Done(GTD)다.

블로그에 상세하게 잘 설명이 되어있다. 이 블로그를 기반으로 얼추 7~8개월 보내고 나니 직접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Getting Things Done의 번역본인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를 빌려 읽고, 전체적으로 내 방식대로 다듬었다.


들어가기 전에

일을 차근차근 계획에 맞춰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다. 책의 저자도 머리를 비우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진중하게 고민하라 말한다. 일처리 방식이 책의 핵심이라 잠깐 나오고 말았지만 이 책의 어떤 내용보다도 중요한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이야기한다.

자신과 맺은 약속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라. 생활 곳곳의 '미완의 고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때 더 큰 안정감과 집중을 경험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원칙은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메타 인지가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수많은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이고, 선택한 것들 중에는 얼만큼 노력을 쏟을 것인가? 우리의 잘못은 선택하는 능력을 길러야만 하는 시대에 태어난 것 뿐이고, 거부하는 선택지는 없다. 이를 상실한 현대인은 앞으로 다가올 알고리즘에게 뒤덮인 채 무의미의 늪으로 빠져버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계를 깨닫지 못하고 이 일, 저 일을 약속하는 것은 마치 사용 한도를 모르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자기관리능력을 강화하려면 미완결물을 완성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행동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외부 압력과 내부 스트레스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미리 자신의 동의를 얻고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당신은 당신이라는 배의 선장이다.


Thing들을 분류하자

아래는 블로그에서 정리해준 도표다. 흐름이 상당히 직관적이고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가져왔다.

번역본에서는 Thing을 일거리, Action을 행동이라 부르지만 적합한 단어는 아닌 듯하다. 한국어가 좋은 건 맞지만 우선은 원어인 Thing과 Action을 사용하자.

Thing들을 수집함이라 부르는 Inbox에 넣은 다음 각각의 질문에 대답하며 분류하면 된다. Inbox는 실제로 자신이 쓰고 싶은 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나는 애플의 기본 앱인 Reminders를 사용한다.

가장 위의 Inbox가 할 일들을 모아 놓는 리스트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실행 목표나 수치를 넣지 않아도 된다. 머리 속에 있는 추상적인 문장을 그대로 꺼내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다름 없다. 쓸데없는 거라도 상관없으니 전부 꺼내자.

할 일을 Inbox에 집어 넣는 시기는 할 일이 떠올랐을 때다. 이 부분에서 애플의 기본앱이 빛을 발한다. 핸드폰이나 맥북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애플워치를 이용해 리마인더에 들어가 음성 입력을 할 수 있다! 자다가도 잠시 일어나 리스트에 넣어야 할 만큼 중요하다면, 곧장 애플워치에서 리마인더로 들어가 음성 인식으로 할 일을 적는다. 혹은 달리다가도 애플워치에 대고 말하며 할 일을 리스트에 적을 수 있다.

위처럼 Inbox에 차곡차곡 Thing들을 적었다면, 하루에 1~2번 정도 시간을 두고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 목표인 Action으로 바꾼다.

최근에 관심을 가진 '식단 관리하기'를 기준으로 하면 하나의 행동으로 끝나지 않으므로 프로젝트에 간다.

식단 관리하기 -> 건강한 식단 종류 찾아서 정리하기, 쿠팡에서 주문하기, 이번 주동안 어떤 식으로 먹을지 계획하기

토플 시험보기나 GTD 독후감 정리하기 등등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적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식단 관리하기처럼 평생 해야 할 숙제라면 습관화되기 전까지만 리마인더에 적는다. 잠자기 전 양치하기 같은 습관을 전부 적을 이유가 없다.

이 외에 행동하기 어려운 것들은 즉각 처리한다. 책에서는 쓰레기, 보류, 참고로 나누는데 나는 보류와 참고를 한 군데 묶어 Reference로 두었다.

프로젝트에 간 것들 외에는 전부 Actions에 있을텐데, 이중 2분 내 해결되는 것들은 즉각적으로 끝낸다. 그 외에 것은 위임하거나 연기하는데, 이때 연기할 일을 적을 때 두 분류로 나눈다. 바로,

'특정 날짜나 시간에 이루어야 할 일' '되도록 빠른 시간에 이루어야 할 일' 이다.

전자를 달력에, 후자를 리마인더 Actions 리스트에 남긴다. 달력에 들어가는 요소로는 다음과 같다. 수강 신청 기간과 같은 학사일정, 누구와 몇 시에 만난다는 약속이나 누군가의 생일, 혹은 기념일, 수업의 과제 제출일, 팀 프로젝트 보고서 초안을 팀원에게 받는 날 등등 날짜나 시간이 있는 일들이다. 이 외에 단순한 Action들을 달력에 넣어 섞이지 않도록 하고, 추가로 달력에 오늘 할 일 리스트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효율적인 업무 처리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으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든다.

  1. 끊임없이 새로 들어오는 정보와 전술상 항상 변화하는 우선순위 탓에 업무 환경은 자꾸만 바뀐다. 그래서 할 일을 미리 확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2. 그날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리스트에 들어 있게 되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의 중요성이 그만큼 낮아진다. 이는 마음의 평화만 해칠 뿐이다. 달력에 해야 할 일을 적어두었다면 해당 일에는 그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달력에는 꼭 해야만 하는 시간 약속이나 일정 체크만 하라는 말이다.

달력에 있는 일들이 끝난 뒤 남은 시간에는 Actions와 Projects에 있는 일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달력에 팀프로젝트 회의, 그리고 과제 제출같은 게 있다면 해당 문제들을 전부 해결한 뒤, 리스트에 있는 책 읽고 정리하기나 블로그 글 작성하기를 이행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도록 주마다 확인한다. 나는 가능하면 대청소를 하는 일요일에 집을 깨끗히 한 다음, 돌아오는 주를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 계획할 때 정리하는 편이다. 각잡고 정리하는 것 외에는 주기적으로 달력과 리마인더를 확인하며 할 일을 처리한다.